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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로에너지빌딩, ‘확대’와 ‘한계’ 갈림길...

혁신ENC 0 3,045 2018.02.24 16:02

대형건축물 에너지 소비 많아 ‘필요성’공감


조기 활성화 위해 정부 ‘지원’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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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대형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나라들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제로에너지빌딩(ZEB;Zero Energy Building)에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그린빌딩’ 활성화 방안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의 프라운호퍼 IKTS연구소를 방문해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사업 활성화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단계적인 목표 실행에도 불구하고 제로에너지빌딩 기술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꼽히는 제로에너지빌딩의 명과 암을 조명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요구량을 최소화하고, 태양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건물을 말한다. 

초기에 에너지 성능을 높여 건축을 할 경우, 지속적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가 누적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에는 고성능의 단열재가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키는 장치 또한 추가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로 인해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회수기간이 길어 바로 상용화하는데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미래 대비에 필요, 상용화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건축물 분야는 에너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현재 에너지 소비량이 50% 이상 증가하고, 국내의 경우 4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승복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25년 신축건물 제로에너지 주택 의무화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관련 정책을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상당히 중요한 의의가 있다”며 “하지만 강제적인 기준을 만들어나감과 동시에 기술 개발과 건자재 부문의 신사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에서 에너지 방출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고성능 창호와 외부단열재 등 건자재의 수요가 적어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 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패시브 기술(Passive;단열재의 사용으로 실내와 실외의 공기를 차단하거나 쓰고 남은 폐열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여전히 검증단계에 머물러 있어 바로 도입해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 건축물 대비 공사비가 30~40% 이상 추가적으로 소요되고 있다.


▲해외 정책․기술 실행‘성큼’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은 제로에너지빌딩 프로젝트에 이미 몇 발짝 앞서있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진전된 에너지정책을 발표했다. 2009년에는 산업계와 정부로 구성된 제로에너지빌딩 컨소시움(CBC)은 상업용 빌딩의 net-Zero 수준을 목표로 LBNL, NREL, ORNL 등 국가연구소 주도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BEMS시장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크고 기술력을 탄탄히 다져놔 급속한 발전이 예상되고 있다. 


EU에서는 현재 제로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은 2010년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및 저감을 위해 건물에너지절약지침(EPBD: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 Directive)을 수립, 제로에너지 수준의 건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제정했다. 

그 중에서 영국 정부는 2016년부터 새로 짓는 모든 주택에 탄소 제로 달성을 의무화했고, 지속 가능한 ‘주택규범(CHS)'을 제정해 청정에너지만 사용하도록 법제화 시켰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과감히 재원을 투입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구성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482건의 BEMS 도입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시미즈 건설과 히타치, AEMS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은 건물이 필요한 최적의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조기 성장 위해 ‘지원’ 시급

우리나라도 제로에너지빌딩을 도입하기 위해 2009년부터 지속적인 시도를 해왔다. 2010년 공공 건축물의 친환경 인증 의무화를 도입하고 2013년에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지정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신규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 발표했지만, 직접 설계를 하는 국내 건설사들은 정부 정책에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산․학․연이 개발한 단열 시공재나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는 여전히 국내 현실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 특성상 여름철 날씨가 더워지면 냉방 부하가 높고, 겨울에는 춥고 건조해 난방뿐만 아니라 제습까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기후를 고려한 단열재는 단가가 높아 수요가 떨어지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용적률을 늘려도 ‘분양가 상한제’가 존재하는 한 건축비용의 조기 회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제로에너지빌딩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확대․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로에너지빌딩에 들어가는 국내 기술을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친환경건축물 인증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을 인정받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리드(LEED), 영국은 브라암(BREEAM), 호주는 그린스타(Green Star)등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국 실정에 맞는 국내 인증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박원호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초기 투자비용 회수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다양한 세금 혜택을 제공 할 것”이라며 “용적률을 상한선보다 15% 늘리고 태양광 에너지 설치비와 단열재 공사비를 각각 50%, 15%씩 지원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 계획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인터뷰)조동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존 건물, 제로에너지빌딩 전환 연구

에너지 저소비 국가 되는데 일조 기대"



“국민들이 제로에너지빌딩이라는 ‘제로’의 개념은 에너지가 전혀 사용되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와 조금 다릅니다. 에너지 소비를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낭비되는 에너지를 현실적으로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개념과 현실적인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동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산에 있는 국내 최초 패시브(Passive)와 신재생에너지가 융합한 공동주택, 제로카본홈을 건설한 장본인이다. 제로카본홈은 환경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지속가능한 미래형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계획됐다. 이 건물은 실제 공동주택 면적과 동일하게 만들어졌으며, 각 층마다 38m²,42m²,62m²84m²규모의 주거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 저희가 건축한 제로카본홈은 2025년까지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한 선도적 연구과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 2014년을 마지막으로 2단계 목표를 마치게 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시범적 성격에서 벗어나, 페이퍼상의 오차도 수정하고 낭비되는 설비도 찾아내는 등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 과정에서 조동우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설비계획과 제로에너지빌딩에 도입해야하는 설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단열과 온수 사용과 같은 부분은 예측한 값이 오차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펌프 동력이 과도하게 계상된다던지 단열재가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등의 예상 변수들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변수를 줄여나가면서 조금씩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하는 것을 보니 저희도 뿌듯했습니다. 이런 변수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투자설비 비용과 그동안 낭비된 에너지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죠. 하지만 이번 제로카본홈으로 얻은 결과물은 2번째 실증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기회는 많습니다.”

그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음에도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눈치다. 정작 제로에너지건물에 관심을 가져야할 국민들과 건설업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그 이유를 건설업체 같은 경우 사업성, 국민들은 인식과 경제성이 아직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데에서 찾았다.

“정부가 말하는 Net(완전한)-제로라는 말은 실현가능합니다. 하지만 실현을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돼야 합니다.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는 소리죠. 그건 전시성 행정에 불과합니다. 저는 Net보다는 Nearly(거의)-제로를 목표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용경제적인 관점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제로에너지빌딩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조동우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시범사업들은 신축건물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 주위에는 기존에 세워진 건물이 688만 채로 전체 건물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앞으로 기존의 건물들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전환시키는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가 에너지저소비 국가가 되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승교 기자 (kimsk@electimes.com)

최종편집일자 : 2014-11-07 11:48:59

최종작성일자 : 2014-11-06 08: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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